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 사태에도 정부·여당이 또다시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에 이어 특정 소수가 환영하는 선거용 선심 정책을 또다시 내놓겠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세수 기반을 허무는 이율배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와 여당은 종목별 보유금액으로 나누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50억원 또는 100억원으로 크게 올려 과세 대상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주주는 주식 양도차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는데, 50억원 또는 100억원 이하를 보유한 경우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한국방송(KBS)에 출연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방침은 전혀 없다”면서도 “야당과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공을 넘겼다. 추 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전방위적 감세론을 펼치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12월 국회는 5천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기로 하고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정부가 국내 주식시장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역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이 나온 건 물론이다.
당시 정부·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대해 현행 유지하기로 했는데,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꺼낸 것이다. 여권은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연말에 물량을 쏟아내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궁색하기 짝이 없다. 연말에 일시적으로 나오는 물량이 증시에 주는 부담이 사상 최악의 세수 펑크 사태보다도 위중한가.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상속세 때문에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기업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정부는 이미 해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 상속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는 들리지 않는가.
올해 세수결손 59조원의 상당 부분이 부자감세 때문인데, 또다시 부자감세를 추진한다니 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 참으로 무모하고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