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12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이준희 기자
정부가 내년에 고용허가제로 들여오는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급격히 늘리기로 했지만 그에 따른 보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체불과 인권침해, 사업장 이탈로 인한 미등록 체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27일 확정한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16만5천명이다. 2021년에만 해도 5만2천명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6만9천명, 올해 12만명에서 내년에 다시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기업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다. 도입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함께 허용 업종도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음식점업과 광업·임업이 추가된다.
문제는 정부가 열악한 처우의 일자리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빈 일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를 들이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그로 인한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임금체불액은 지난해 1200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전체 임금체불 사건 피해자 중 외국인 비중도 12%에 이른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숙소 문제나 언어·문화적 차이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음식점업에도 고용허가 인력이 허용된다. 정부는 사업주에게 장시간 노동 예방 및 휴식권 보장 등의 노력 의무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그간의 실태로 봤을 때 정부가 제대로 관리·감독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전국 40여곳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대한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충 상담과 갈등 중재, 한국어 교육, 생활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온 곳들이다.
대대적인 단속에도 갈수록 늘고 있는 미등록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법무부는 ‘40만명대 불법 체류자를 엄정 단속으로 5년 내 20만명대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하게 되면 미등록 체류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업 현장의 사업주 역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체류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