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한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 시민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낙담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큰 표 차이로, 결선에 가보지도 못하고 1차 표결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희망 회로를 돌렸던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이 역으로 더 큰 실망을 낳은 셈이다. 산업적 파급력과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 유치에 정부와 대통령이 열심히 뛴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뒤늦게 총선에 활용할 욕심으로 뛰어들어, 정확한 분석과 전략도 갖추지 못한 채 과도한 자원만 투입해 후유증을 키운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에 29일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동안 웬만한 일에도 좀체 사과를 않던 윤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이다. 총선을 앞두고 실망한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시점에서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점은 정부가 왜 그렇게 낙관론으로 일관했느냐 하는 점이다. 일부러 국민들을 속인 게 아니라면, 결선에도 못 오른 참혹한 성적표에 정부도 크게 놀랐을 것이다. 애초에 불리하다는 걸 다 알고 있었으나,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국민들도 긴가민가하며 기대를 부풀렸던 측면이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외교 정보력이 문제인지, 행정부 분석이 문제인지 따지지 않는다면, 외교 영역에서 이런 식의 오산이 계속될 수 있다.
사우디 리야드는 부산보다 먼저 회원국들을 일대일로 접촉하며 표밭갈이를 했다. 또 단지 오일머니의 힘만이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미국·유럽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등거리 외교의 승리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진영 논리식 접근으로 안이하게 사태를 판단해 실체 파악에 실패했고, 끝까지 잘못된 정보를 붙들고 있었다. 외교에서 이념 위주의 진영 논리가 얼마나 무익하고 위험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대통령실은 “한달 내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가 이 정도라면 더욱 참담한 것 아닌가.
제대로 반성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를 국정의 기본을 냉정하게 성찰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