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등을 받은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한 인물인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 앞에 사실관계를 밝히고 해명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은 언론의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오만한 태도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명품백’ 의혹을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으로 규정하고, 함정취재를 한 매체에 대한 수사를 시사했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국민적 의혹이 지워질 수 없다는 건 한 장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참여연대는 김 여사가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8조 4항)을 어겼다고 권익위에 고발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김 여사는 최 목사가 건넨 선물을 거부하거나 되돌려주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하도록 한 의무(청탁금지법 9조 1항), 금품을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한 의무(9조 2항)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는 않으므로,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조처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전 한국방송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 부부라고 봐주거나 법적 기준을 달리 적용해선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도 서울의소리 고발로 지난 17일 이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지휘권을 지닌 한 장관이 본말을 뒤집는 발언을 한 건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한 장관은 의혹에 대해 “내용을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라며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데, 우리 시스템에 맞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김 여사 말고 서울의소리를 수사하겠다는 겁박 아닌가. 함정취재의 윤리성은 별도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걸 내세워 만천하에 드러난 김 여사의 범법 의혹을 가리려 한다면, 누가 그런 수사를 납득하겠는가.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
해명과 사과조차 거부하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의 뻔뻔한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민주 국가라면 권력자라 해도 국민적 의혹에 대해선 답할 책무가 있다. 기본은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