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영입하는 쪽으로 20일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한 장관 역시 전날 사실상의 수락 의사를 표명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이고,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은 ‘공작’이라고 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김 여사 비호’에 나설 거면, 장관인지 정치인인지 거취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한 장관 영입을 위한 밑돌 깔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했고, 앞서 중진연석회의(14일), 의원총회(15일),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18일)를 잇따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간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데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우려 등이 제기됐으나, 전날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다”는 한 장관 발언이 알려진 뒤 추대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한 장관의 발언 수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는 전날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과 수사 내용 브리핑 조항을 문제삼았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규명하자는 법안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국회의 절차를 거친 법안을 악법 운운하며 매도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또한 그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특검법 12조)는 조항을 문제삼고 있는데, 이는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한 2016년 ‘최순실 특검’은 물론 2018년 ‘드루킹 특검’에도 동일하게 포함돼 있다. “법 앞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더니 김 여사에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역시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해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다.
한 장관은 그간 장관직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가 대통령 배우자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 위상을 고려하면 그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는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한 장관은 정치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면 국민 세금으로 자기정치 하지 말고, 먼저 공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