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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선균 죽음, 경찰 ‘무리한 수사’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사설]

등록 2023-12-27 18:22수정 2023-12-28 13:29

12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배우 이선균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배우 이선균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27일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집에선 유서가 나왔다고 한다. 지난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아온 이씨는 지난 23~24일 세번째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두차례나 정밀조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를 소환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세우고 검증되지도 않은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검찰에서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없앤 관행이 버젓이 저질러졌다. 이씨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피의자 인권 보호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이씨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은 앞서 그룹 빅뱅 출신 가수 권지용(지드래곤)씨도 같은 혐의로 수사했으나 혐의를 확인하지 못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언론이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무리한 수사’라고 지적하자,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구체적 제보를 수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보 내용을 제대로 검증했는지를 묻는데 엉뚱한 답변만 내놓았다. 권씨는 경찰 수사로 인한 엄청난 악성 댓글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 경찰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물증 없이 진술에만 의존해 착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내사 단계에서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았다”며 언론 핑계를 댄다. 내사 사실을 경찰이 흘리지 않았다면 수사권도 없는 언론이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나. 이씨의 경우 유흥업소 실장과 나눈 은밀한 문자메시지까지 언론에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경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물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경찰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면 과연 누가 믿겠는가.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는 ‘마약 소탕 작전’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 일변도 정책이 오히려 치료받을 사람을 숨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오로지 수사 위주로 밀어붙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실적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수사에서 ‘대어’를 낚으려는 욕심이 비극으로 이어진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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