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28일 오후 특별 승진 임용식이 진행된 충북 청주시 청원경찰서에서 간부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배우 고 이선균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경찰 수사는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숨지기 직전 세번째 조사에서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다. 물증 없는 ‘망신 주기’ 수사에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소환 장면 등이 공개되지 않도록 한 내부 규칙(경찰청훈령)을 어겨놓고 잘못이 아니라니, 그게 경찰 조직의 수장이 할 말인가.
윤 청장은 지난 28일 특별 승진 임용식 참석을 이유로 충북 청주시 청원경찰서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 책임론을 일축하면서,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대중들이) 용납하겠나. 이번 일은 사회 전반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대중과 사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 수사 때문이 아니라 유튜버와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취지다. 그의 말대로 ‘선정적 보도’가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출처가 바로 경찰 아닌가.
인천경찰청은 지난 10월19일 이씨에 대한 내사 사실을 언론에 처음 알렸는데, 수사기관이 내사 진행 상황을 공개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 내사는 혐의가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가 아님을 뜻한다. 더구나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이씨를 공갈·협박한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하면서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모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조사 등을 통해서도 물증을 확보할 수 없으니 이씨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려 한 건 아니었나. 경찰청훈령인 수사공보 규칙에는 ‘소환, 조사, 압수수색, 구속 등의 수사 과정을 언론 등이 촬영, 녹화, 중계방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확실한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식으로 포토라인 앞에 내세우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수사 책임자인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경찰이) 공개 출석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발뺌만 하니 참으로 뻔뻔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한국방송(KBS)의 보도 태도도 문제다. 한국방송은 지난 11월24일 ‘뉴스9’에 이씨 혐의와 무관한 사적 통화 내용을 마치 결정적 물증인 것처럼 보도했다. 불과 열흘 전에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불공정 보도를 반성한다’며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