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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선균, 원칙대로 ‘비공개 소환’ 요청…경찰은 왜 묵살했나

등록 2023-12-28 16:42수정 2023-12-29 07:25

경찰, 안전사고 명분으로 요청 물리쳐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지난 23일 오전 3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지난 23일 오전 3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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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48)씨가 숨지기 나흘 전 마지막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이미 기자들이 출석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출석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공보준칙은 출석 과정을 언론 등이 촬영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규정에 따라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고 다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출석일이 알려진 상황이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원칙을 어기고 공개출석을 종용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를 받은 이씨는 지난 10월28일과 11월4일 한주 간격으로 두 차례 포토라인에 서서 거듭 사과했다. 이씨 변호인은 3차 조사 일정이 지난 23일로 잡히자 1·2차부터 지켜달라고 요청해온 비공개 원칙을 더욱 강하게 요청했다.

이씨 변호인은 2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미 두 번이나 포토라인에 섰는데 (또다시 서는 건) 망신 주기나 모욕 주기로 볼 수 있고, (경찰 수사에) 협조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3차 조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비공개를 강하게 요청했다”며 “(협의가 진행되던 사이 경찰이) ‘출석 날짜가 언론에 알려져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경찰이) 날짜를 (언론에) 공개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언론에 날짜를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포토라인도 기자들이 설치했고, 고 이선균씨가 기자들 요구에 응해 포토라인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씨 쪽에서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송준섭 수사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미 언론이 출석일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전에 왔던 것처럼 출석하도록 설명했고, 변호인도 알았다고 답변했다”며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더라도 조사실까지 가는 과정이 유리창을 통해 노출되는 구조라서 (뒤늦게 알게 된) 취재진이 몰리면 안전사고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16조를 보면, ‘경찰관서장은 출석이나 조사 등 수사 과정을 언론이 촬영·녹화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수사과정이 촬영될 때는 사건관계인 노출 또는 수사상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통상 유명 피의자가 출석할 때 많은 기자가 몰리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자단이 ‘이 선은 넘지 말자’는 의미로 포토라인을 설치한다. 경찰은 이런 포토라인 설치를 묵인하는데, 위 조항의 ‘안전사고 예방’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피의자의 출석 날짜는 경찰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라는 점, ‘현실론’을 이유로 피의자의 정당한 비공개 출석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 등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씨 소환조사를 앞두고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조사를 앞두고 유씨 쪽은 언론에 일정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경찰서 앞까지 왔다가 되돌아가는 등 두 차례나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비공개’로 출석했지만 일부 언론에 출석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형사국 관계자는 “조사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조사 날짜가 알려지는 경우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경찰서 외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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