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제안을 채권단에 전하는 설명회가 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렸다. 오는 11일 열릴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앞둔 사전 작업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결정과 향후 매끄러운 개선계획 이행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계속 터져나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를 잘 수습해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워크아웃 수용에 필요한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태영 대주주가 채권단이 수긍하기에 충분한 자구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태영건설 위기 해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회사를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은 것은 부동산 피에프 대출 보증이었다.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실제 문제 되는 우발채무는 2조5천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채무 만기 연장 등 유동성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손실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태영 대주주 쪽의 소극적인 태도는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법정관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정부의 처지를 고리로, 소극적인 자구노력과 과다한 지원을 요구하며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다.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는 4천억원가량으로,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에스비에스(SBS) 매각이나 지분 담보 제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채권단이 수긍할 만한 규모가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는 약속도 어겼다. 티와이홀딩스가 최근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팔았는데, 산업은행은 이날 “매각 대금 1500억원 중 400억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부결되면 모든 채권이 동결되는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채권단과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파장이 커진다. 그렇다고 이를 피하기 위해 태영그룹 쪽의 부실한 자구계획을 눈감으면 워크아웃이 진행 도중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다른 부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도 있다. 뒷감당이 훨씬 힘들어진다. 채권단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태영 대주주는 정치권력의 도움에 기대지 말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