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흉기 테러를 저지른 김아무개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경찰이 밝혔다. 사회 불만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을 제거할 목적으로 이런 테러가 자행된 것은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선 절대 안 된다. 문제는 김씨가 어떻게 이런 비뚤어진 신념을 갖게 됐고 이를 실행에까지 옮길 수 있었느냐다. 경찰 수사 결과는 이런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씨는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가게 되는 것을 막고, 이 대표가 좌경화된 세력에 공천을 줘 국회까지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남긴 8쪽짜리 글의 내용에 대해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그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내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실행에 옮기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황당한 내용들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어떤 경로로 이런 왜곡된 정치 신념을 형성하게 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지난해 6월부터 5차례나 흉기를 지닌 채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니는 등 장기간 준비 끝에 살인을 시도한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상행동이다. 김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정상 범위로 나왔다는데, 어떻게 이런 범행이 가능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철저한 수사로 김씨의 극단적 사고·행동의 뿌리를 밝혀야만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을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피상적인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만 전달할 뿐 그 형성 과정과 배경 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불투명한 수사로 혼선과 불신을 낳기도 했다. 김씨가 남긴 글을 공개하지 않는다든가,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마저 공개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수사 초기부터 단독 범행이라는 예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한 핵심 사실인 김씨의 당적이 언론에 보도됐는데도 확인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온갖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다. 불필요한 논란이나 의혹이 남지 없도록 철저한 보완수사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