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납득 안 되는 국정원장 후보자 엑손모빌 고액 임대료

등록 2024-01-11 18:05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미국 최대 에너지 회사인 ‘엑손모빌’ 자회사로부터 고액의 임대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로비’ 논란이 일었다.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중개인을 통해 이뤄진 정상적인 부동산 임대 계약이고, 이 회사 관계자와는 한번도 만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엑손모빌 국내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조 후보자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단독 주택에 3억2천만원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조 후보자는 외교부 차관에서 물러나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으로 일본 체류 중이었지만, 가족들은 이 집에 계속 거주했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는 모빌코리아윤활유가 2·3층 공간을 월세 950만원에 임차하기로 계약했으며, 가족들은 1층에 거주했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 주택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취사나 난방 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1층에 가족이 거주했다면 불법이다. 모빌코리아윤활유 지사장이 조 후보자 가족과 한집에서 같이 살았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기업이 준 고액 임대료가 외교부 요직에 있던 조 후보자 관리용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공직을 그만둬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특혜를 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앞서 에이엔제트(ANZ)은행(오스트레일리아 앤드 뉴질랜드 뱅킹그룹)에도 해당 주택을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무렵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를 지냈다.

왜 미국 등 외국 대기업들이 한국 고위 관료와 전관들의 집을 골라 거액 임대료를 주는지 석연치 않다. 조 후보자는 이후 주미대사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거쳐 국정원장에 지명됐다. 한국 외교안보 핵심 고위 공직자를 관리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로비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이 문제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익과 직결된 정보와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장에 적절한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 고위 공직자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와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도 자택을 모빌오일코리아, 모토롤라 등 미국 기업에 임대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런 행태가 과연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인지 좀 더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1.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윤-한 회동, ‘두 검사’의 잘못된 만남 [아침햇발] 2.

윤-한 회동, ‘두 검사’의 잘못된 만남 [아침햇발]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3.

[사설] ‘김건희’ 위해 “돌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4.

학교예술강사 예산 72% 삭감…‘K-컬처’ 미래를 포기하나 [왜냐면]

정치인은 죽고, 시인은 살게 하라 [세상읽기] 5.

정치인은 죽고, 시인은 살게 하라 [세상읽기]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