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미국 최대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자회사로부터 고액의 임대료를 받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조 후보자는 이 기간 일본 게이오대학 연구원으로 근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서울에 남아 있었다고 답변해 ‘모빌코리아’로부터 받은 임대료가 수상쩍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받은 자료를 보면, 미국 엑손모빌의 국내 자회사인 ‘모빌코리아윤활유㈜’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조 후보자의 서울 용산구 단독주택에 3억2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월별로 셈하면 매달 1100만원의 임대료를 조 후보자에게 지급한 셈이다. 조 후보자는 “2017년 5월 (외교부 1차관에서) 퇴직한 뒤 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으로 가게 돼 2017년 9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임대를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일본에 가 있는 동안 배우자 등은 그대로 용산구 자택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 역시 국회 서면답변에서 “당시 장남은 미국에 거주했으며, 다른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거주했다”고 답했다.
주민등록표 초본상 조 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 역시 2013년 12월30일 해당 주택에 전입한 뒤 특별한 변동이 없다. 조 후보자는 당시 배우자와 차남·딸의 거주지 등을 묻는 홍 의원의 질의에 서면 답변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겠다”고 했다.
모빌코리아윤활유가 고위공무원 출신에게 근저당을 설정하고 임대료를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97년 서울 종로의 단독주택을 엑손모빌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에 월세로 재임대하며 선입금 1억4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홍익표 의원은 “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고위 관료와 전관들을 골라서 주택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한 것은 사회 통념상 흔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런 방식이 미국 기업과 우리나라 고위층 사이에 만연한 관리 수단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조 후보자가 이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국정원장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