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지난 2일 불의의 피습을 당한 뒤 보름 만이다. 건강을 회복한 이 대표의 모습에 안도한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 대표 개인의 불행을 넘어 우리 정치의 극단적 대결 양상을 되짚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공백’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선거 룰’의 확정이 시급하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 가운데 47명은 이번에도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지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4년 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에 문호를 열어준다는 애초 입법 취지와 달리 위성정당 난립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 대표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4월10일 총선까지 불과 80여일이 남은 지금, 여야 협상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 여야는 ‘게임의 규칙’은 미뤄놓은 채 제각각 공천관리위원회부터 구성해 ‘선수’ 선발을 시작했다. 각 당의 ‘공천 룰’은 발표하면서 ‘선거 룰’은 뒷전이니,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고집하며 협상을 난항에 빠뜨렸다. 지난 총선에서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도입에 반대해놓고, 나중에 위성정당을 급조해 의석을 챙겼다.
민주당은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불쑥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병립형 회귀를 내비쳤다. 당내 의원들의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비례연합 정당을 공동 추진하자”는 야권 군소정당의 제안에 대해 “논의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화답했다. 이런 식이면 지난 총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포함된 공동 비례연합 정당을 사실상 위성정당으로 여겨, 자신들의 위성정당 설립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젠 민주당이 입장을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대표는 이날 당무 복귀 뒤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비례대표 선거제부터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덩달아 미뤄진 선거구 획정 문제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 먼저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