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지네딘 지단(34)이 독일 월드컵 최우수선수인 골든볼 수상자에 뽑혔다.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박치기해 퇴장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로 비친다. 선정자인 각국의 취재기자들이 그를 편애한 것일까.
1994년 프랑스 대표팀에 뽑히기 전에 알제리 국가대표팀 감독은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지주’(지단의 별명)를 퇴짜놓았다. 그 뒤 그는 1998년 프랑스에 월드컵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상징이 됐다. 이번 결승전 경기 전 파리 개선문에는 ‘지주,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글씨가 그의 얼굴과 함께 새겨졌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대표팀 초청 오찬에서 지단을 “축구의 거장, 비범한 인간!”이라고 칭송했다.
그에 대한 프랑스인의 애정은 축구 이외의 것에서 오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축구선수지만, 그는 고향인 마르세유 변두리에서 지금도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산다. 인생을 ‘즐기는’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 달리 부인과 네 자녀에게 헌신하는 모범적인 생활로도 유명하다. ‘남을 존중하고, 열심히 일하고, 매사에 진지하라’가 생활신조다. 야간 방범원으로 일했던 알제리 이민자 아버지의 가르침이다.
또다른 조국인 알제리에 대한 애정도 강하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 대변인이 “지주의 아버지는 ‘하키’(알제리 독립전쟁 때 프랑스 편에서 싸운 알제리인)이기 때문에 그는 프랑스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하자, 그는 2002년 한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는 알제리를 배반한 적이 없다. 나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테라치는 자신이 욕설을 한 것을 뒤늦게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치기 사건이 축구계를 떠난 ‘지주’에게 흠이긴 하지만, 평소 그가 보여준 따뜻한 품성과 인간애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