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종연구소를 권력·자본에 넘기려는 범죄적 음모

등록 2010-08-18 09:40

민간 공익연구소인 세종연구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거대한 보수성향 연구기관을 만들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러모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발상과 추진 과정 모두가 워낙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을 추진한다면서 빗나간 행태를 보인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이 가장 문제다. 그는 얼마 전 재단이사 간담회에서 “친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친북적이고 좌경화된 연구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세종연구소 개편 이유로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친북’ ‘좌경’ 등은 상대방의 인격에 테러를 가하는 극단적인 말로 당연히 삼가야 한다. 보수성향 인사들한테 ‘수구 꼴통’ ‘극우’ 등의 딱지를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 이사장은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들의 명예를 대놓고 훼손했다. 아마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몇몇 개혁성향 연구위원들을 겨냥한 듯한데, 이들을 막무가내로 모욕하는 것은 외교부 장관까지 지낸 자신의 얼굴에도 침을 뱉는 행위일 뿐이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활발히 토론할 때 좀더 나은 지적 대안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정책·학술연구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공 이사장은 연구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철저히 무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발상대로 연구기관을 통합한다 해도 새 기관이 신뢰를 얻기 어려운 까닭이다. 공 이사장은 연구기관 통합 추진은커녕 현직에 머물 자격도 없다. 망발을 사과하고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이 두 기관의 통합 추진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 연구기관들의 개편 문제에 정부가 근거도 없이 개입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보수성향 싱크탱크를 만드는 작업에 전경련이 돈을 내도록 압력을 넣으려고 정부가 나서는 것이라면 아주 잘못된 정경유착 행태다.

세종연구소는 그동안 외교·안보 분야의 독립적인 민간 공익연구소로서 나름대로 평판을 유지해왔다. 재단에 스스로 운영비를 충당할 자산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전경련 부설기관과 억지로 통합시키려는 것은 연구기관 위상 차원에서도 퇴행적이다. 전경련에 사실상 운영자금을 의존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독립적인 공익연구소에서 재벌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연구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