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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진숙과 ‘희망버스’가 풀어낸 한진중 사태

등록 2011-11-09 19:04수정 2011-11-10 17:05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11개월 가까이 진통을 겪어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의 결정적인 전기를 맞았다. 한진중 노사 대표는 어제 협상을 벌여 해고자 94명의 1년 내 재고용 등을 뼈대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가 이 합의안을 최종 수용할 경우, 부산 영도조선소의 85호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땅을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잠정합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리해고 문제를 노사와 정치권의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사 양쪽 모두 합의사항에 100% 만족하긴 어렵겠지만 한 발짝씩 양보해 상생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치권 역시 여론에 떠밀리긴 했으나 조남호 한진중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중재안을 마련하고, 조 회장이 중재안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해 잠정합의의 밑거름이 됐다.

그럼에도 잠정합의안 마련의 가장 큰 공로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희망버스’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1월6일부터 35m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에서 네 계절을 나며 한진중 사태를 우리 사회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사로 만들어냈다. 그의 헌신적인 투쟁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잊고 지내온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또다시 차가운 겨울을 맞지 않게 돼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의 소망대로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라면도 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지난 6월부터 모두 5차례 진행된 희망버스는 전국의 시민들이 김 지도위원에게 내민 연민과 연대의 손길이었다. 동시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남이 아닌 바로 나의 문제라는 자각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희망버스가 떠날 때마다 전국에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산을 향할 수 있었다. 희망버스에서 확인된, 차별과 억압이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와 나눔의 정신을 우리는 키워나가야 한다. 1%의 탐욕 때문에 99%가 힘겨운 세상에서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너무도 많다.

다만 어렵사리 이뤄낸 잠정합의가 영도조선소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노조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는데, 노조는 그가 체포될 것을 우려해 조합원 총회를 열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경찰이 김 지도위원의 현장 체포를 고집한다면 한진중 사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산되고 잠정합의도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김 지도위원의 불체포를 보장해 한진중 노조가 오늘 열리는 총회에서 합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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