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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레카] 좀비 세상 / 박순빈

등록 2011-11-24 19:28

미국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살아 있는 시체’ 좀비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문화인류학계에선 서아프리카 기원설이 다수 의견이다. 나이지리아 소수민족인 에페크족과 카라발족은 죄를 지은 자에게 독가루를 뿌려 반쯤 죽이는 처벌을 내리는데, 그러면 평생을 아무 생각 없이 생물적 본능과 반사행동으로만 살아간다고 한다. 이런 형벌 관습은 19세기 노예무역을 통해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로 옮겨진다. 아이티의 주물숭배 신앙인 부두교에선 ‘보코르’라는 주술사가 갓 사망한 사람을 불러 깨우되 영혼과 마음만 항아리 속에 담으면 좀비로 다시 살아난다는 구전이 있다.

소설이나 영화가 묘사하는 좀비는 사고 능력과 따뜻한 마음이 없다는 것 말고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그러나 사람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손길만 닿거나 물리면 또다른 좀비가 된다. 사람의 신선한 육체와 두뇌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그래서 멀쩡한 사람일수록 좀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미 죽은 상태이기 때문에 퇴치할 수도 없다. 좀비끼리는 서로 공격하지 않아 ‘집단의 힘’도 세다.

경제학계에선 미국 월가의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이 일으킨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좀비화 현상에 빗대 설명한다. 여기서 좀비는 국가, 기업, 개인이 언제든 부닥칠 수 있는 위기적 요소이다. 시장경제에서 좀비와 같은 존재는 공정한 질서를 무너뜨려 결국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간다. 현실과 어긋나는 이론이나 주장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때도 좀비처럼 해악을 끼친다.

요즘 대기업 홍보맨들과 만나면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이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단골 화제다. 다음달 1일 개국을 앞두고 이들 종편의 막가파식 광고영업 행위가 벌써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 언론계가 바야흐로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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