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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 정권은 공무원 감찰, 현 정권은 김제동 사찰”

등록 2012-04-02 19:12수정 2012-04-04 17:02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특정 연예인 명단’을 제시하며 내사를 지시했고 여기엔 방송인 김제동씨도 포함됐다고 한다. 엊그제 공개된 문건에는 9월 중순께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를 단독으로 면담해 이들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를 ‘하명’해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돼 있다. 다른 문건에는 10월 중순께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기사가 집중 보도됨에 따라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수사 중단이 필요하다고 민정수석실에 ‘비선 보고’했다고 적혀 있다.

김제동씨 등을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은 것도 그렇거니와 청와대가 직접 표적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즈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여 청와대에 보고한 것까지 고려하면 촛불시위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이나 단체, 인물을 겨냥한 불법사찰과 표적수사를 총지휘한 몸통은 역시 청와대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연예기획사 비리 수사에 들어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김제동·윤도현씨 등이 소속돼 있는 다음기획을 첫 대상으로 삼았고, 10월8일에는 이 회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그 나흘 뒤 김제동씨는 <한국방송> ‘스타골든벨’에서 갑자기 하차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엔 가수 윤씨가 역시 <한국방송>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개그우먼 김미화씨를 비롯해 여러 연예인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할 때마다 정권에 의한 외압설이 불거졌는데 뜬소문이 아니었던 셈이다.

경찰은 해당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경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최근 공개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보고서를 봐도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지원관실은 민간인들을 두루 불법사찰하면서 특히 한국방송 등 방송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관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엊그제 홍보수석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의 80%는 지난 정권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마치 ‘불법사찰’ 자체가 당연한 관행인 듯이 뻔뻔스런 태도로 나왔다. 그 뒤 트워터에서 이런 글이 나돌았다고 한다. ‘공무원 비리 감찰한 게 지난 정권, 김제동을 사찰한 게 이번 정권. 이번 정권은 공무원 감찰과 김제동 사찰을 같다고 우기는 중.’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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