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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낯두꺼운 MB, 반성 커녕 “국정 흔들릴까 걱정”

등록 2012-04-03 19:12수정 2012-04-04 11:37

몰염치로 똘똘 뭉친 청와대와 권재진 장관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중 나라를 톡톡히 망신시킨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무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을 두고 외국 언론들이 “한국판 워터게이트가 터졌다”고 대서특필할 정도이니 나라 망신은 제대로 시킨 셈이다. 입만 열면 ‘국격’ 타령이더니 막상 자신이 국격을 떨어뜨린 일등공신이 됐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조그마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국정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며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고 중요한 국정과제가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도 스스럼없이 ‘나라 걱정’을 입에 올리는 낯두꺼운 모습에 할 말을 잃는다.

그 상관 밑에 그 부하라고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이에 못지않다. 그는 엊그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 직무를 수행하라”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는 신임 검사들에게 귀감이 되기는커녕 그들 앞에 설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공정’ ‘원칙’ 따위의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기에 앞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권 장관 자신이다.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사찰 내용을 수시로 보고받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불법사찰 관련자 4명은 2008~2010년 사이에 195차례나 청와대를 출입했다고 한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은 전임 정동기 수석과는 달리 이 전 지원관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포함해 6차례나 보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특정 연예인 명단’을 제시하며 내사를 지시했다는 경찰 내부 문건도 공개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침묵과 방관, 물귀신 작전 따위의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 권 장관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청와대라도 나서서 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본 척 만 척 한다. 권 장관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한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기야 청와대에 그런 상식을 기대하는 것조차 무리일지 모른다. 털끝만한 양식이라도 있는 정권이라면 불법사찰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전 정권 탓이나 하는 몰염치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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