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한국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에 대해 행정지도를 했다고 한다. 18대 대선 직후인 지난해 12월23일 방송된 이 코너에서 개그맨 정태호씨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훈계조 반말’을 했다는 게 이유다. 개그의 본령이 풍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개그맨의 말투 등을 꼬투리 삼아 징계를 내린 것이다. 방통심의위야말로 코미디 놀음을 했다는 조롱을 받아 마땅하다.
정씨는 방송에서 “드디어 18대 대통령이 당선이 됐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박근혜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는 하지 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 국민들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 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위배된다고 판정했다.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훈계조로 발언한 것은 바람직한 정치풍자가 아니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얘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용감한 녀석들’은 워낙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세상이니 선거 때 약속을 잘 지키고, 품격있는 정치를 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전형적인 개그다. 일부 시청자들은 정씨의 반말 표현 등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으나, 이 또한 코너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콘셉트일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사람이 표현의 수위나 방식에 동의하는 개그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개그가 있다면 ‘팥소 빠진 찐빵’이다. 방통심의위 기준대로라면, 대통령을 소재로 한 바람직한 정치풍자는 임기가 시작된 뒤 훈계가 아닌 청원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풍자요, 개그인가?
이번 조처를 보고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은 현실’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황당하고 한심스럽다. 방통심의위가 권력에 잘 보이려고 무리한 심의를 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코미디 놀음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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