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불법유출되는 과정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직속 부하라니 청와대가 ‘채동욱 찍어내기’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증폭되는 형국이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대한 불법확인은 두 갈래로 이뤄졌는데 모두 청와대와 관련돼 있다.
하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서다. 조아무개 총무시설팀 총괄행정관은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구청 조아무개 행정지원국장에게 채군의 신상정보를 알려주며 정확한지 확인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조 국장은 서초구청 민원센터 팀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조 행정관이 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만 비서관의 휘하에 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불법조회 결과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결과 발표가 이뤄진 6월14일 이전부터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노골적인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 사흘 전에 이뤄진 청와대의 가족관계등록부 확인은 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채동욱 찍어내기’의 주체가 청와대였을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 사실은 조 행정관 이외에 또다른 청와대 인사가 불법조회에 개입한 점이다. 이 인사는 <조선일보>의 혼외아들설 보도 다음날 임아무개 서초구청 감사담당관실 과장에게 채군에 대한 신상정보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임 과장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지검 특수3부장이던 2003년에 같은 부의 이중희 검사(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방에서 파견근무를 한 인물이다.
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국정원에 채 총장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고 폭로했고, 박지원 의원은 곽 전 수석이 이중희 비서관에게 사찰 자료를 넘겼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에게 “채 총장이 곧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 드러나는 사실들을 고려하면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내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불법 트위터 글이 121만건이나 되는 것을 보면,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저지른 무지막지한 불법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앞장서 정도대로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공작을 편 의혹이 짙다. 검찰은 청와대 행정관 배후의 몸통을 찾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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