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많은 이들이 희생된 참혹한 재난 앞에 우리 언론은 비극을 구경거리 삼는 듯한 보도를 적잖게 내놓았다. 한 종합편성방송의 뉴스 진행자는 막 구조된 어린 고등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사실을 아느냐고 묻는 무신경한 인터뷰를 했다. 자식이 죽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오열하는 유족이나 허망하게 넋을 잃고 있는 실종자 가족의 얼굴에 카메라를 바싹 들이대고 그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언론도 있다. 가족을 다 잃고 혼자 구조된 여섯살 어린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희생자와 가족의 심정을 헤아리는 배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결코 해선 안 될 행동이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일도 한둘이 아니다. 한 종편 방송은 인명구조 능력이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이가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내보냈다.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북한 소행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통신사나 방송이 속보라며 잠수부들의 선체 진입이나 공기 주입 등 실제 상황보다 앞서간 보도를 했다가 금세 고쳐 보도하는 일도 잦다. 이런 설익은 보도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불러오는 것이다.
참극 앞에서 돈을 세는 비열한 보도도 있다. 참사 당일 일부 온라인 매체는 자세한 사고 소식을 궁금해하는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을 단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다. 클릭 수를 올리는 이른바 ‘검색어 장사’를 통해 광고수입을 올리려는 작태다. 같은 날 일부 방송과, 일부 신문의 온라인 뉴스는 피해자들의 보험금 액수 등 보상계획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이 정도면 언론의 품격을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한 10개 항의 가이드라인을 급히 내놓았다. 우리 언론의 재난 보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판이 거센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겠다. 각 언론이 마땅히 숙지하고 지켜야 할 내용이다. <한겨레>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언론계는 이른 시일 안에 재난 보도의 준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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