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진짜 주인은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이다. 그의 예명은 아이의 옛말인 ‘아해’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따왔다고 한다. 오감도는 이렇게 읊는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제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단원고 학생들에게 막다른 골목은 열리지 않는 선실이었다. 그들은 선실 벽을 두드리며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유 전 회장의 불길한 예명이 현실화된 건, 안전은 뒷전이고 이익만 챙긴 경영 행태 때문이었다.
세월호를 버리고 달아난 이준석 선장의 월급은 270만원이다. 동종업계의 60~70% 수준이다. 그나마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다.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월급은 170만~200만원이고, 전체 29명 가운데 15명은 계약직이었다. 이런 처우를 해주면서 승객들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한번 기울어진 세월호는 다시 일어서질 못했다. 복원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배를 들여와 2012년 배 5층 뒷부분인 갑판을 객실로 바꾸는 개조 공사를 했다. 손님을 더 받기 위해서다. 이것도 모자라 오른쪽 배 앞머리의 사이드램프(현측문)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드램프 구조물은 무게가 50t에 달한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서다. 뱃머리 부분은 가벼워지고, 배 뒷부분은 무거워지니 균형이 무너져 복원력이 떨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선원들은 세월호가 평소 배 떨림 현상이 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배가 위험한데도 선원들에겐 안전교육 한번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사용한 선원 연수비는 54만1000원에 불과했다. 1인당 4100원이다. 규정에 따라 열흘마다 소화훈련,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안전훈련을 해야 하지만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반면 돈이 되는 광고선전비(2억3000만원)나 접대비(6060만원)는 넉넉하게 사용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번 돈으로 유 전 회장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는 ‘얼굴 없는 사진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2012년에는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 튀일리 정원에서, 2013년에는 베르사유궁전 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루브르박물관에 110만유로(약 16억원), 베르사유궁전 전시에는 140만유로(약 20억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프랑스 남부의 시골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은 당시 “자연이 본래의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는 유기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라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카메라에 담을 풍광을 위해서는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쓰면서, 남의 자식 목숨과 직결된 몇만원에는 손을 부르르 떤 셈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충분히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산 국외도피나 탈세 등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