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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슬픔 속에서 희망 보여주는 시민들

등록 2014-04-27 18:37수정 2014-04-28 15:38

고은 시인의 시구대로 지금 온 나라가 상중이다. 수백명의 어린 생명들을 눈앞에서 잃어버렸다. 가슴을 치며 통곡해도 바다는 단 하나의 목숨도 돌려주지 않는다.

나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월호 침몰 이래 지금껏 정부는 허둥지둥, 우왕좌왕, 갈팡질팡이었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은 몇 배로 커졌고, 피가 말라붙는 그들의 아픔은 온 국민의 아픔이 됐다. 시민들은 서로 모여 슬픔을 함께한다. 전남 진도 팽목항과 경기 안산엔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잇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절망에 꺾이지 않도록 작은 힘이라도 모아 서로 돕는 모습에서 어둠 속 희망을 본다.

인터넷과 트위터는 노란 리본으로 넘실거린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노란 리본 달기에는 기적을 바라는 모든 이의 마음이 담겼다. 노란 리본 캠페인은 전쟁터에 나간 사람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노란 리본을 나무에 매단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 노란 리본은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기도를 상징한다. “돌아와주렴… 돌아와주렴… 제발 우리 품으로 돌아오렴….” 노란 리본 캠페인에 동참하여 남긴 인터넷 글들은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서로 감싸안으려는 시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학생을 참사로 잃어버린 안산에는 임시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뒤로 조문객이 밀려들고 있다. 분향소 설치 사흘 만인 27일 오후 15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잠깐의 헌화와 묵념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1㎞가 넘는 긴 행렬을 이루어 몇 시간씩 기다린다. 슬픔을 함께할 수 있다면 한두 시간씩 서서 기다리는 일쯤은 조금도 힘들지 않다는 마음들이다. 시민들의 조문을 돕는 사람도 조문객과 같은 마음으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다. 이웃의 깊은 슬픔을 위로하는 이 조문행렬, 봉사행렬에서 성숙해져 가는 우리 사회 시민의식을 본다.

슬픔을 안고만 있으면 병이 된다. 시민들이 슬픔을 표출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홍원 총리는 지난 23일 전국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는데, 안전행정부는 26일에야 전국 지자체에 분향소 설치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미리 서두른 서울시는 27일 오후부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차렸지만, 다른 광역 시·도에는 28일에야 분향소가 설치된다고 한다. 정부가 시민의 추모 열기 확산을 막으려고 일부러 늑장을 부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불필요한 의구심을 씻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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