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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처음에 좀더 필사적으로 나섰다면

등록 2014-04-29 18:47수정 2014-05-02 15:15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의 최초 구조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28일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보면 해경들은 나름 열심히 구조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해경이 주로 살린 사람들은 제 몸만 빠져나온 선원들이었다.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에 ‘네’라고 외치던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기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 뻐꾸기 새끼에게 주둥이가 닳고 깃털이 빠지도록 먹이를 날라다 주는 숙주 새를 닮았다.

해경은 우선 방송부터 해야 했다. 경비정이 구조작업을 시작한 오전 9시36분 당시만 해도 세월호는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지만 객실은 아직 물에 잠기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승객은 선실에 있었다. 마침 방송을 할 수 있는 조타실은 경비정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떻게든 조타실에 들어가 승객들에게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하기만 했어도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본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배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만 수동적으로 구조하다 보니 더 많은 인원을 구조할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해경은 경비정 위에서 “‘승객 여러분 모두 바다로 뛰어내리십시오’라는 방송을 반복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동영상에서는 이런 방송이 들리지 않는다. 세월호 위에 떠 있던 2대의 헬기 소리에 묻혔을 수도 있다. 효과가 없는 방송은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다.

방송이 안 되면 배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에게 탈출을 명령했어야 했다. 해경은 “배가 너무 많이 기울어져 오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9시47분 해경 한 명이 세월호 갑판에 올라 묶여 있던 구명뗏목을 풀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맨 왼쪽에 있는 구명뗏목 2개를 발로 차 바다로 떨어뜨리는 데까지는 3분 정도 걸렸다. 이 시간이면 해경들이 선내로 진입해 승객들에게 탈출을 충분히 지시할 수 있었다.

선체 진입이 어려우면 유리창을 깨서라도 일단 안에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유도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해경이 유리창 하나를 깨뜨리고 빼낸 승객은 고작 7명이었다.

물론 현장에 있던 해경만 탓할 순 없다. 이들은 특수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 구조요원이 아닌 일반 해경이었고, 창문을 깰 수 있는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좀더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떨칠 수는 없다. 영상을 보면 이준석 선장을 구하는 데 해경 5~6명이 달라붙어 있다. 그 시각 단원고 학생들은 선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해경이 도착한 이후 적어도 40분 넘게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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