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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심과 따로 노는 청와대

등록 2014-04-30 18:48수정 2014-05-02 15:36

청와대가 세월호 침몰로 차갑게 얼어붙은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소송’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대통령을 비판한 세월호 유족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천하에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자책하고 엎드려 사죄해도 모자랄 판인데, 아직도 성난 민심과 상황의 엄중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유족들이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해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사과를 두고선 내용도, 형식도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다. 보수 언론에서도 대통령의 사과 방식을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것만 봐도 참담한 심경의 유족들이 대통령의 어정쩡한 사과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유감’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나온다. 민 대변인이 유족들에게 섭섭함과 불만을 표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니 유족들은 응당 군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인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다.

<한겨레>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세월호 침몰 석 달 전에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의 잦은 사고와 상습적 정원 초과 등을 고발하는 민원이 ‘청와대 신문고’에 접수된 바 있다는 보도에 청와대는 소송 운운하며 법률 대응부터 거론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청와대 책임을 연결하는 듯한 보도가 나오자 화들짝 놀라 소송의 재갈을 물려 언론을 통제할 생각부터 한 것이다. 아직도 청와대가 오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 청와대가 소송을 거론하며 언론을 협박할 때인지 묻고 싶다. 더구나 청와대의 해명은 사실과도 달랐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 신문고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누리집엔 ‘국민신문고’ 항목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 볼 생각으로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이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 것은 민심을 살피고 여론에 귀 기울이기보다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 골몰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청와대는 민심과 괴리된 섬으로 고립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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