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부터 방송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국민에게 필요한 사실보도·비판보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관련된 사안에서 비판보도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29일 오전 박 대통령이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뒤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등 지상파 방송들은 정오 뉴스에서 이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대통령의 사과 없는 조문에 격분했다는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대통령 조화 밖으로 꺼내라”고 소리치며 조화를 분향소 밖으로 치웠다는 사실도 외면했다. 이날 저녁 주요뉴스에서는 유족들의 항의 목소리를 보도하기는 했지만 그 강도는 현장의 실제 모습과 비교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방송들은 ‘유족은 호소하고 대통령은 약속하는’ 식으로 상황을 편집해 보도했다. 17일 박 대통령이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도 지상파 방송들은 실종자 가족이 항의하는 장면에서는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비추고, 대통령은 상황을 정리하고 박수받는 식으로 편집해 논란을 빚었다. 이래서야 유족들의 분노와 절규가 제대로 전해질 턱이 없다.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하는 듯한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되는 한 방송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은 25일 임직원에게 보낸 격려글에서 세월호 보도로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며 문화방송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안 사장의 자평과는 달리 문화방송 보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28일 시청률 조사를 보면,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한 <제이티비시> 의 ‘뉴스9’ 시청률이 5%를 넘어, 같은 5%대의 문화방송 ‘뉴스데스크’나 에스비에스 ‘8시뉴스’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 <엠비엔> <티브이조선>의 주요뉴스의 같은 날 합산 시청률이 제이티비시 한 곳보다 못한 것으로 나왔다.
이런 수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방송의 존재에 국민이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대다수 방송은 여전히 대통령 심기나 살피면서 유족들의 화가 번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국민이 이런 보도행태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왜곡·아첨보도는 자식을 잃어 새까맣게 속이 탄 유족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도려내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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