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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채동욱 찍어내기’에 발맞춘 검찰 수사

등록 2014-05-07 18:50수정 2014-05-08 19:48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이끌다 혼외아들 논란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러 사건 수사가 7일 일단락됐다. 청와대가 껄끄러운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 뒷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정당한 감찰 활동’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조선일보>가 권력 주변에서 정보를 전달받아 혼외아들 문제를 보도했다는 의혹도 불기소 처리했다. 대신 검찰은 채아무개군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이 맞다고 사실상 확인했다. 채군의 어머니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채군 계좌에 돈을 보낸 채 전 총장의 고교동창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어느 쪽에 칼날을 들이대고 어느 쪽엔 눈을 감았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검찰이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제대로 수사나 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가 채 전 총장 뒷조사에 여러 부서를 총동원하다시피 했음이 드러났는데도 관계자 소환조사는 없었다.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민정수석실 직원과 고용복지수석실 직원만 서면조사했을 뿐이다. 당시 민정수석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반장을 대면조사했다지만, 조서를 받은 게 아니라 집 근처 등에서 만나 의견을 들어본 뒤 보고서를 작성한 정도라니 조사라고 할 것도 없다. 검찰은 이런 시늉뿐인 조사를 하고서도 청와대 주장 그대로 “고위공직자 감찰을 주임무로 하는 청와대 특감반의 직무권한 내의 활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동안 무엇을 조사했다는 것인지, 다른 사건에서도 범죄 혐의자 말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관련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해 6월11일 조아무개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송아무개 국정원 정보관이 서울 서초구청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것이 조선일보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사발표 브리핑에서 그렇게 말했다. 이 시점은 청와대 특감반이 제보를 받아 채 전 총장 뒷조사에 나섰다는 6월 하순보다 2주 전이다. 마땅히 경위를 확인해봐야 하는데도 검찰은 “몇달간의 직접 취재 결과”라는 조선일보 쪽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 외엔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고서도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이나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역시 대놓고 봐주려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이쯤에서 덮겠다고 해서 덮어질 일이 이미 아니다. 채 전 총장에게 거듭 망신을 주고 비리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으름장으로 개연성이 더욱 분명해진 의혹이 사라질 리도 없다. 되레 권력 눈치 보기에 열중하는 검찰에 대한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채동욱 사건 수사, 흥신소로 전락한 검찰 [오피니언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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