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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도 뒤에 숨지도, 희생양 빌미 주지도 말아야

등록 2014-05-16 18:19

검찰이 16일 침몰한 세월호의 실제 주인인 유병언 전 회장 부자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씨 일가가 검찰을 피해다니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유 전 회장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으니 수사는 순탄치 않게 됐다.

구원파는 전날 성명을 내어 “침몰 책임은 청해진해운이지만 사망 책임은 해경”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해경은 어린 학생들이 선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도 ‘골든타임’을 허비하며 세월호 주변만 맴돌았다. 청해진해운의 불법과 편법을 눈감아준 감독당국과 관련기관의 잘못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다. 세월호 가족들은 16일 진상규명의 조사 대상으로 대통령까지 언급했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나 일부 언론은 유씨 일가에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기라도 하려는 듯 구원파를 지나치게 부각했던 게 사실이다. 억울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유씨 일가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청해진해운은 돈을 더 벌 요량으로 선실을 증축하고 화물을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버렸다. 선장으로 270만원짜리 비정규직을 고용했다. 이런 범죄행위는 유 전 회장과 직접 연결돼 있다. 그는 사원번호 ‘A99001’로 등재된 세월호의 실제 주인이다. 매년 월급·고문료 등으로 청해진해운에서 1억6천만원을 받았다. 그는 세월호 복원성 문제를 보고받고 매각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죄는 각자 지은 만큼 처벌을 받으면 된다. 지금 당장은 마녀사냥식으로 몰리는 듯해도, 억울함을 호소할 법원이 있고 3심을 보장받는다. 엄격한 증거에 의해서만 형량이 정해지는 법원칙이 있다. 검찰 수사를 피하면 피할수록 국민의 눈에는 의혹만 더 짙어질 뿐이다.

구원파는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라고 쓰인 펼침막을 내걸었다.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몰린 구원파의 처지가 이런 박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항변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구원파가 이단인지 아닌지 감식할 능력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성경이 아닌 법전 앞에서 구원파와 유 전 회장이 얼마만큼의 죄를 지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구원파가 “순교도 불사할 것”이라며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선다면 진짜 법치주의 국가의 이단이 될 뿐이다. 유 전 회장도 신도들 등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나서는 게 자신이 만든 교파와 신도들을 위한 길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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