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세월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씨랜드, 인천 인현동 호프집, 대구 지하철, 춘천 산사태,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경주 마우나리조트, 고양 버스터미널, 장성 요양병원 등등. 대형 참사의 유가족들이 24일 한겨레신문사에 모여 서로 아픔을 쓰다듬었다.
세월호의 비극은 과거에도 똑같이 되풀이됐던 거라고 유가족들은 증언했다. 특히 단원고 아이들처럼 고2 학생들이 희생된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가 그랬다. 세월호 선장처럼 태안의 교관들은 자기 살기에 급급해서 구조는 하지 않고 호각만 불어댔을 뿐이다. 학생 1인당 드는 비용 5000원을 아끼려고 비인가 캠프업체에 하청을 준 유스호스텔 대표, 비용절감을 위해 무자격자를 고용한 업체는 유병언을 닮았다. 태안해경이 주축이 돼 꾸려진 수사본부는 수사 인원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축소와 은폐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세월호에서 한 명도 구조해내지 못한 해경에 대한 수사도 전혀 진척이 없다.
유족들은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로 본질을 벗어난 진상규명과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책임자 처벌을 들었다. 대구 지하철 유족은 “불지른 방화범은 지극히 단순한 일탈행위였다. 근본적인 책임은 불에 타지 않는 전동차를 만들지 않은 국가기관, 불쏘시개 전동차를 만든 것, 이를 운행하도록 허가한 중앙정부 등”이라고 지적했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땜질 처방만 해온 것이다.
세월이 흘렀어도 유가족들의 상처는 좀체 아물지 않고 있었다. 태안에서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무슨 짓을 해도 다시는 자식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며 울먹였다. 그래도 이들은 힘을 내어 재난안전가족협의회(준)를 출범시키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함께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비극을 겪었을 때 제대로 진상규명을 못하고 책임자 처벌을 하지 못했기에 세월호라는 대형 비극을 낳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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