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탈출한 단원고 생존 학생 73명이 학교로 돌아왔다. 71일 만의 등교다. 함께 수학여행에 나섰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잃고,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끔찍한 기억을 안은 채 귀환했다.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한 친구의 부모님 앞에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대신 인사하다가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고 등을 토닥일 때다.
학생들은 다 나아서 등교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호소문에서 “여러 감정이 순간순간 한번에 튀어나올 때가 많다”며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직도 아프고, 피 흘리고, 울고 있다. 실제로 등교 며칠 전 합숙치료를 위해 묵고 있던 숙소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렸을 때, 대부분의 학생은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친구들을 배에 놓고 나왔다는 죄책감이 몸을 굳게 만든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상처는 그만큼 깊다.
이제 이 아이들은 우리 공동체 전체가 돌봐야 한다. 아이들의 호소대로 부담스런 시선이나 말로 대하지도 말고, 상처를 덧내지도 말아야 한다.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와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학교, 가정이 세심하되 지나치지 않은 배려를 해야 한다. 학교와 교육청이 상담치유 전문교사와 스쿨닥터 도입 등을 준비중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공동체 안에서 피해자들 가까이 머무르며 아픔을 어루만져 치유하려는 민간 차원의 치유 작업에도 기대를 건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손목에는 ‘리멤버 0416’(기억하라, 4월16일)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낸 학부모들은 학교교육의 획기적 변화, 실종자들의 조속한 수습, 국정조사의 내실있는 진행,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호소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다.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