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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선장과 너무 달랐던 ‘헬기의 의인들’

등록 2014-07-18 18:19수정 2014-07-18 18:19

세월호 참사 현장을 수색하고 복귀하던 소방 헬기가 17일 광주 한복판에 추락해 소방관 5명 모두 숨졌다. 헬기가 떨어져 폭발한 지점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도심 지역이었다. 아파트 건물과는 불과 15m, 학생 1500여명이 수업을 받던 중학교와는 30m 떨어져 있다. 20m 거리의 상가에서는 물건을 사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마터면 끔찍한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헬기 조종간을 잡은 정성철 소방경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건물이 없는 곳을 찾아 헬기를 몰았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더 경이로운 건 헬기가 자유낙하에 가까운 속도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평소 훈련이 잘된 정예 조종사라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생존 본능이 발동해 항로에 변화가 있기 마련인데, 소방관들은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 숭고함에 저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이는 혼자서만 살겠다고 어린 학생들을 내버려두고 구명선을 탄 세월호 선장, 선원들과 너무나 대조된다. 그들의 이기심과 비열함에 절망하다가도, 5명의 소방관이 보여준 희생의 고귀함을 보면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블로그에 “소방관이라는 이름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희생’을 각오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자질이다”라고 적어놓은 팀의 막내 이은교 소방사에게 우리 국민은 모두 ‘큰 빚’을 지게 됐다.

이번 헬기 추락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기체 결함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분 넘도록 저공비행을 하며 기체를 올리지 못한 점, 헬기의 주 회전날개가 작동하지 않은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이번 사고 또한 결국은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가 도대체 무슨 교훈을 얻은 건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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