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100일이다. 일상은 다시 이어지고 있지만, 상처와 아픔은 아물지 않았다. 팽목항에는 10명의 희생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여의도와 광화문, 안산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꽃다운 넋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책임을 묻는 일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배를 기울게 해 침몰에 이르도록 한 것은 켜켜이 쌓인 무책임과 적당주의였다. 폐선 직전인 배의 선령을 늘려 취항을 허락하고, 기울어지기 쉽게 배를 망가뜨렸는데도 증축 허가를 내주고, 과적을 눈감아 출항을 허용하는 등 원칙과 안전을 도외시한 각 단계마다 잘못이 제동 없이 이어지면서 결국 배가 침몰했다. 그 비슷한 일이 허다했던 만큼, 사고 원인을 하나하나 드러내 그 책임을 따지고 잘못을 뜯어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침몰이 대형 참극으로 이어진 데는 정부의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은 배가 기울었다는 소식을 한참이나 몰랐고, 침몰 현장에서는 제 발로 탈출한 이들 말고는 단 한 사람도 구해내지 못했으며 적극적인 구조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정부 부처는 구조 지휘와 지원은커녕 희생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만 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와 영상을 확보하는 데만 급급했다. 대통령은 사고 발생 7시간이 다 되도록 회의를 주재하거나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 어디서 뭘 했는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기관들이 그렇게 손 놓은 채 승객들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0여명의 목숨을 하나도 구해내지 못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의 책임이다. 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다. 희생자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출발점임에도 여야는 타협을 끌어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질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문제가 쟁점이라지만, 정부의 부실과 무능이 핵심적인 규명대상인 이번 사건에서 독립적이고도 철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씨의 뒤늦은 주검 확인으로 부실과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검찰과 경찰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파행과 왜곡이 횡행하는 국회 국정조사의 한계도 분명한 터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면 특별법 제정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100일, 고장난 저울 [한겨레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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