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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월호 100일’의 좌절과 야권 단일화

등록 2014-07-25 18:19

7·30 재보선을 앞두고 수도권 3개 선거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뤘다. 서울 동작을에서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가 사퇴하자 경기 수원병과 수원정에서 정의당 이정미, 천호선 후보가 물러났다. 단일화가 당 차원의 협상을 거치지 않았지만 전체 재보선 판도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여당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막장 드라마’, ‘후보 나눠 먹기’로 매도하고 구태로 몰아세운다. 여권으로선 야권의 단일화가 승리를 위협하는 요인일 테니 반발하고 나서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선거 직전에 급박하게 이뤄지는 단일화가 썩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특히 공통의 정책 등 가치 연대를 수반하지 않는 공학적 단일화는 정치 발전을 해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일화를 이룬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후보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7·30 재보선은 세월호 침몰 사고 100일을 막 넘긴 시점에 치러진다. 더구나 최근 확인된 유병언의 의문에 싸인 죽음과 그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중요한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이번 재보선은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이후 100일’에 대한 총체적 평가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이 부분에서 인식과 대응 방향을 공유한다. 야권의 이번 단일화는 ‘세월호 단일화’라고 부를 만하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이제 선거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듯하다.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야권 다극화’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한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만 4개에 이른다. 야권 다극화는 현실적으로 여당의 승리를 돕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군소 정당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단일화가 어느 정도는 군소 정당 생존 차원의 논의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장기적으로 야권의 다극화 구조는 개선하는 게 옳다. 이념의 깃발과 정책의 색깔이 비슷비슷한 정당들이 난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념과 정체성, 정책과 노선에 따라 정당을 큰 틀에서 재편하는 동시에 선거법도 색깔이 뚜렷한 소수당이 존립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마땅하다. 정치권이 앞으로 힘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다. 야권 지지층의 절대다수는 단일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패배가 확실하고 단일화를 이루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는 정치구조에서 무조건 단일화를 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건 공허하다.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고, 정치의 새 지평을 여는 비전을 제시하고, 후보 단일화를 넘어선 세력의 통합과 외연의 확대가 어우러진다면 단일화가 정치 발전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단일화를 단순한 선거공학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게 지금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한계이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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