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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7·30 선거, 야당을 심판하다

등록 2014-07-31 00:09

전국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궐선거는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야당은 민심의 척도라 할 수도권에서 여당에 완패당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까지 여당 후보에게 승리를 내줬다. 이번 결과는 야당이 존폐의 기로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결과는 6·4 지방선거 이후 두 달 가까운 기간의 여야 성적표에 해당한다.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정권은 오히려 민심에서 더 멀어져 갔다. 끝없는 인사참사에다 독선과 오만은 더욱 심해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40%대를 오르락내리락할 만큼 크게 하락했다. 새누리당 역시 집권여당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여전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야당이 이반된 민심을 끌어오기는커녕 오히려 차버렸다는 데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강한 지도력도 섬세한 선거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때마다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나기 마련이지만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공천으로 선거의 흐름을 바꿔놓은 적은 없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주검이 뒤늦게 발견되고 정부의 무능·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그나마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당은 ‘박근혜 정권 심판’을 외쳤으나 선거 결과는 오히려 ‘야당 심판’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특히 서울 동작을을 비롯한 수도권에서의 야당의 패배는 뼈아픈 대목이다. 동작을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앞섰던 곳이다. 비록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개인적 인기에 힘입어 처음부터 크게 앞서간 곳이라고는 하지만 야권이 막판 야권연대까지 하고서도 패배한 것은 야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은 또한 손학규·김두관 후보 등 이른바 거물급 정치인들을 수도권에 집중 투입했으나 모두 신인 후보들한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일으킨 돌풍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 전남 지역에서 현 여권 후보가 승리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승리는 야권의 분열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이 후보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승리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을 허물 가능성을 몸으로 입증해 보였다. 그렇지만 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텃밭에서까지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됐다. 새정치연합이 호남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긴다면 앞으로도 호남 유권자들의 경고음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매번 선거가 끝나고 나면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선거 결과를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여야는 지난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쇄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으나 실제 나타난 모습은 완전 딴판이었다. 이번 재보선 이후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오만함, 야당의 지리멸렬함에 이제 유권자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음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등 산적한 과제들의 해결에 착수할 것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자세부터 여야가 선거 결과를 얼마나 겸허히 받아들이느냐가 드러날 것이다. 특히 여당이 선거 결과에 고무돼 밀어붙이기로 나올 경우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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