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씨와 비선 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 파문이 <시사저널>에 실린 박아무개 경정의 인터뷰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 시절 정윤회씨 관련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인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1월 보고서를 작성한 직후 서울시내 경찰서로 전보 조처됐다. 박 경정은 이를 ‘좌천’이라고 표현하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겪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청와대 내부의 심각한 권력 암투의 한 단면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경정 인터뷰 내용 중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이른바 청와대를 쥐고 흔드는 정윤회씨와 비서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해선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청와대의 ‘비서 3인방’과 정윤회씨에다가 박지만씨 이름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물밑에서 나돈 정윤회씨와 박지만씨의 권력암투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사실 청와대 보고서 파문을 둘러싸고 정치권에는 ‘정윤회와 박지만의 갈등 때문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거나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쪽은 박지만 라인이다’라는 등의 말이 무성하다. 홍경식 민정수석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시차를 두고 줄줄이 옷을 벗은 것을 권력투쟁의 결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박 경정이 인터뷰에서 “박지만씨가 문고리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매우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지난 3월엔 ‘정윤회씨가 사람을 시켜 박지만씨를 미행했고 이 사실을 안 박씨가 청와대에 항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적도 있고, 박씨의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갑작스러운 경질을 놓고도 권력암투설이 무성했다.
현 정권은 대통령 동생 이름까지 거론되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모면하려 해선 안 된다. 정권의 신뢰는 하찮아 보이는 작은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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