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래도 ‘문고리 권력’이 없다고 할 수 있나

등록 2014-12-02 22:29수정 2014-12-03 22:43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선일보> 인터뷰 내용은 청와대 실세로 통하는 ‘비서 3인방’의 월권과 전횡, 거짓말의 정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물론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감찰보고서’ 파문의 한 당사자이기에 그의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하기는 힘든 구석이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으로 최소한 정윤회씨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비서 3인방이 수년간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양쪽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비서관 발언에 신빙성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3인방을 통해 국정운영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정윤회씨는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물론이고 3인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통화기록이든 시시티브이(CCTV)든 모든 것을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도 “(감찰보고서 내용에 관한) 팩트는 ‘빵’ 퍼센트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조응천 전 비서관 발언이 보도된 뒤 정윤회씨는 “4월에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통화했고, 이번 사건이 터진 뒤 이재만·안봉근과 통화를 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로써 비서 3인방과 정윤회씨가 수년간 전혀 연락이 없었다는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양쪽이 서로 연락한 게 정윤회씨 주장대로 단지 두 차례뿐인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해 보면 (비선이니 숨은 실세니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작 대통령은 정윤회씨와 비서 3인방의 연락 사실을 단 한 번이라도 확인해 봤는지 묻고 싶다. 아니면 그런 연락이 대통령의 묵인 아래 이뤄진 것인가.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비서 3인방의 전횡과 월권행위의 정황이다. “정윤회씨 전화를 받으라”는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말을 무시한 뒤 조 비서관이 경질됐다는 얘기나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 10여명의 명단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단수로 찍어서 내려보냈다는 얘기는, 비서 3인방이 왜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준다. 인사든 정책결정이든 이 세 사람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이게 바로 ‘비선’이 아니고 무엇이며 전형적인 ‘문고리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박 대통령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비선이니 국정농단이니 권력암투니 하는 모든 의혹의 중심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셔온 ‘비서 3인방’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세 사람만을 통해 일을 처리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비서 3인방’을 정리해야 한다. 이건 굳이 검찰 수사에 맡길 일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고 공무원 인사에서 월권을 행사한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러지 않고는 이번 파문의 수습이 어렵다는 걸 박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미·러는 진짜 3차 세계대전을 원하는 걸까 [세상읽기] 1.

미·러는 진짜 3차 세계대전을 원하는 걸까 [세상읽기]

윤 대통령, 민주주의자 아니거나 민주주의 모르거나 2.

윤 대통령, 민주주의자 아니거나 민주주의 모르거나

[사설] 김 여사 불기소하면 검찰에 두고두고 책임 남을 것 3.

[사설] 김 여사 불기소하면 검찰에 두고두고 책임 남을 것

좌파가 만든 중국 새 국기 오성홍기 4.

좌파가 만든 중국 새 국기 오성홍기

‘세수 펑크’ 30조, 이 정도면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9월27일 뉴스뷰리핑] 5.

‘세수 펑크’ 30조, 이 정도면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9월27일 뉴스뷰리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