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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문체부 인사게이트’

등록 2014-12-05 18:43수정 2014-12-06 00:59

정윤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은 비선 세력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전직 장관의 증언이 지니는 신뢰성이나 무게감, 구체성 등의 측면에서 그 파괴력은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파동을 뛰어넘는다. ‘문체부 인사게이트’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문체부 인사게이트는 지금 진행되는 검찰 수사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문서 유출과는 관련이 없는 만큼 검찰이 유 전 장관을 소환할 근거도 없는데다, 사안의 성격상 검찰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다고 진상이 속시원히 밝혀질 수도 없다. 결국 국회가 진상규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의 한 축을 이루는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직 장관을 지낸 분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도대체 왜 이런 분을 장관으로 임명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배신의 칼날이 무섭고, 가벼운 처신이 안타깝다”는 등의 말로 이번 사안을 ‘배신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유 전 장관의 증언으로 새누리당이 받은 충격과 당혹감이 얼마나 클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졸렬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비선 세력들이 날뛰든 말든, 나라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든 말든 가만히 입 다물고 있는 게 최선이라면 나라의 장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이제라도 굽은 것은 바로 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국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는가. 고작 ‘배신’이니 ‘비밀유지’니 하는 따위를 앞세워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참으로 한심하다.

며칠 전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회의 내용을 보면 ‘문체부 인사게이트’의 진상 규명에 국회가 발벗고 나서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전임 장관 때의 일이라 아는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승마협회 조사를 맡았다가 인사 조처된 노아무개 전 문체부 국장 등은 애초 국회에 출석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나오지 않아 또 다른 외압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우상일 문체부 국장은 국회 답변 중인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라’는 쪽지까지 건넸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 개최에 대해 새누리당은 “확실한 근거도 없는 것을 갖고 국회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체부 인사게이트야말로 전직 장관의 증언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사안이다. 국회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여당이 거부할 명분이 희박하다. 새누리당이 계속 이를 거부한다면 스스로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라’는 쪽지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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