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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이드라인 따라 ‘정윤회 면죄부’ 수사로 끝내려는가

등록 2014-12-10 18:41수정 2014-12-10 18:42

서울중앙지검은 10일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를 불러 조사했다. 주변을 조사한 뒤 핵심 인물을 부르는 검찰 수사의 관행대로라면 수사가 정점에 가까워진 모양새이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가 제기된 의혹들을 풀어헤치면서 납득할 만한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정씨가 이른바 ‘3인방’ 등 청와대 비서들과 비밀회동을 해 인사 등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정씨에게 확인했다고 한다. 소환에 앞서 검찰은 통화기록 조사 등을 통해 비밀회동이 있었다는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잠정 결론을 이미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 작성자에게 정씨 관련 내용을 전해줬다는 이들에게서 정씨 관련 내용이 시중의 풍문을 전한 것일 뿐이라는 진술도 받아뒀다고 한다. 반면에 고소인인 동시에 피고발인으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정씨에 대해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된 흔적이 없다. 정씨의 해명만 듣는 통과의례 수사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렇게 검찰 수사가 진행됐으니 결론도 애초의 불신과 우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성싶다. 아직 지켜봐야 하겠지만, 보고서의 정씨 관련 내용은 ‘찌라시에나 나올 풍문을 확인도 없이 취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되면 보고서 내용이 “찌라시”나 “루머”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그대로다.

검찰은 이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앞세워 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옥죄려 들 것이다. 아울러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해둔 문건 유출에 대해서도 구속과 기소로 엄벌하려 들 것이다. 그런 결과는 결국 정씨나 비서 3인방 등에 대한 ‘면죄부’와 상대편 ‘입 틀어막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지금껏 제기된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특정 날짜에 특정 장소에서 누가 만났는지 따위가 아니라, 비선 실세와 측근 비서들의 국정 개입과 농단이 사실인지 여부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경질 등 의혹이 사실이라는 정황은 이미 많다. 허위라는 보고서 가운데도 김덕중 전 국세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갑작스런 경질 등으로 사실로 드러난 내용도 있는 터다. 대통령 말을 따른다고 검찰이 억지 결론을 내놓은들 의혹이 덮어질 상황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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