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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생의 검찰 출석에도 ‘내 길’만 고집하는 대통령

등록 2014-12-15 18:41수정 2014-12-16 18:18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15일 검찰에 출석했다. 참고인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집권 2년차에 대통령 친동생이 ‘국정개입 의혹’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직계가족까지 은밀한 권력투쟁에 뛰어들 정도로 청와대의 국정운영이 얼마나 비밀스럽고 폐쇄적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박지만씨는 검찰에 들어가면서 “사실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이렇게까지 번진 가장 큰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통령 동생이 권력투쟁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박지만씨 역시 엄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따라서 자신 또는 누나인 박 대통령이 유리해지도록 검찰 조사를 활용하려 한다면 국민을 두번 속이는 일이다.

동생이 검찰에 출석한 바로 그날 오전에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직계가족이 비리 등의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전직 대통령들 역시 침묵하긴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침묵은 전직 대통령들처럼 국민에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워서라기보다는, ‘찌라시 같은 권력개입 의혹’엔 한 치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인 것처럼 읽힌다. 친동생이 ‘비선 논란’의 한쪽 당사자로 지목될 정도로 권력 내부의 암투가 심했는데도 이에 대한 인정과 반성의 기미는 보이질 않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태도로는 지금의 시국을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지 2주일이 지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선 정보경찰관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대통령은 참담해하는 민심을 수습하기보다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내 길을 가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이 사안은 유출 경위를 밝히는 일보다, 대통령이 문제를 직시하고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나 비서 3인방에게 의존해온 비정상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국정운영 방식을 고치라는 호소에 대통령은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

동생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간 날, 무겁게 침묵하는 대통령에게서 국민이 ‘아픔’보다 ‘아집’을 먼저 읽는 건 슬픈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여론의 비판에 귀를 열고 적극적으로 청와대 인적 개편과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바뀌지 않고는 친동생이 열번 백번 검찰에 나가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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