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청와대 비선 논란에 대해선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만 격한 발언을 해대는 모양새다. 그런 집권여당을 보면서 국회 제1당으로서 국민을 향한 책임 있는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의 이노근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청와대 부속실의 시계형 몰래카메라 구입을 추궁한 야당의 여성 의원을 향해 “요새 정치인들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국회 본회의장엔 여고생 70여명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사적인 자리도 아닌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동료 의원을 향해 그런 말을 하는 이 의원을 보면서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담하다.
15일엔 개성을 방문하는 야당 중진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쏟아냈다. 김진태 의원은 야당을 가리켜 ‘종북 숙주’라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김정은 북한 정권의 내시 역할 비슷한 그런 걸 한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박 의원을 비난했다. 또 김태흠 의원은 국회 현안질문에서 “국정농단의 주범은 근거없는 찌라시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조응천·박관천과 이에 동조해 국민을 호도하는 새정치연합”이라고 뜬금없이 야당을 공격했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나서 “용어 선택을 신중히 해달라”고 당부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언행으로 볼 때 이런 요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정치라는 것이 말을 가지고 상대편을 설득하고 설복하는 분야여서 언어 사용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굳이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국회의원들의 그런 발언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인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말도 지금은 너무 상투적이다. 더 큰 문제는, 현 정국의 최대 현안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엔 입을 다물면서 오로지 야당에만 맹공을 퍼붓는 여당 의원들의 졸렬함과 비겁함이다. 청와대 오찬에선 아부성 발언만 늘어놓던 사람들이 야당엔 흉기 휘두르듯 말을 내뱉는 건, 단순한 정치공세 이상으로 대통령을 향해 충성심 경쟁을 하는 것으로밖에 비치질 않는다.
청와대 문제로 국정이 혼미하고 여론은 들끓는데도 그런 처신을 하는 집권여당 의원들을 보면서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영화 <명량>엔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가 나오는데, 지금 새누리당은 과연 국민을 앞에 두는 정당인지 스스로 되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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