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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 청계천의 덕과 허물

등록 2005-09-30 20:07수정 2006-01-17 00:20

사설
새물맞이 행사는 오늘 열리지만 청계천엔 이미 물고기와 풀벌레, 새들이 바글댄다. 거기서 백로·청둥오리·황조롱이, 버들치·잉어·메기, 어른 아이가 허물없이 어울린다. 1961년 청계천이 복개되고 44년 만이다. 청계천 복원을 꿈꾸고 추진해온 학자 예술가 시민단체, 이들의 열망을 세상에 알린 <한겨레>, 이를 실천에 옮긴 서울시 관계자들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공사 시작 뒤 생업을 제한당하면서도 묵묵히 견뎌온 시민들의 덕도 그 못지않다.

청계천 복개와 청계 고가도로는 경쟁과 속도, 효율만을 추구하는 약탈적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그 그늘에 있던 청계 피복공장들은 경제적 효율성엔 짓눌린 인권과 정의, 문화와 자연 등 생명 가치의 상징이었다. 이제 청계천 복원과 함께 잊혀졌던 삶의 역사가 되살아나고, 쫓겨났던 자연의 친구들이 돌아왔다. 청계천 복원은 아직도 건재한 약탈적 근대화의 주술을 벗어버리고 생명의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새 청계천의 허물을 드러내는 것은 덕을 칭송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우선 반토막 복원이라는 사실을 꼽아야겠다. 한강 취수장에서 끌어올린 물로 채웠으니 인공수로에 가깝다. 북악산 인왕산 낙산 개운산 남산의 수많은 골짝에서 흘러나와 청계천에 물을 대던 지천들은 아직 지하에 갇혀 있다. 실적 위주의 공사 때문에 문화재 복원을 소홀히하거나 원형을 훼손시켰다. 수변 녹지대를 확보하지 않았고, 자연하천의 덕도 살려내지 못했다. 앞으로 주변지역이 고밀도로 개발되면, 청계천은 시민의 벗이 아니라 자본과 정치의 장신구가 될 것이다.

새 청계천은 변화의 시작이다. 프랑스 파리시가 무려 3년 동안 주민과 학계의 의견을 모아 센강의 한 지류를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일을 풀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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