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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염치도 논리도 없는 대통령의 ‘국정화 궤변’

등록 2015-10-13 18:27

온 나라를 갈등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진원지’인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13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에 소집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그 발언은 온통 적반하장, 자가당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다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집착과 아집 때문임을 세상이 아는데도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이 교육부의 결정인 양 딴청을 부렸다.

박 대통령 발언의 핵심 단어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할 내용들이었다. 우선 박 대통령은 국정화 문제로 “불필요한 국론분열”이 일어나서는 안 되며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지풍파를 일으켜 국론을 갈기갈기 찢고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밀어넣은 사람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대목에서는 더욱 말문이 막힌다. 정권의 무능으로 민생이 파탄 난 상태에서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엉뚱한 일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장본인은 박 대통령이다. 정국의 극한대치 상황을 스스로 자초해놓고 화합이니 협조니 하는 말을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대한민국에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 운운하는 발언도 실소를 자아낸다. 지금 대다수 국민은 자긍심을 느끼기는커녕 대한민국이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독재·후진국가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에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서”라는 강변도 마찬가지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개방적·다원적인 가치관을 심어주고, 과거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배우게 하는 것이지 국가가 정해준 틀에 억지로 밀어넣는 일이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중 “(국정화를 하지 않으면)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은 너무나 뚱딴지같은 말이어서 아예 비판할 기력조차 없다.

권력자가 독단과 아집에 사로잡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역사가 생생히 말해준다. 영국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인간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말했는데, 박 대통령의 아둔한 모습을 보며 이런 냉소적인 경구가 새삼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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