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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교과서 ‘억지 논리’만 되풀이한 박 대통령

등록 2015-10-22 20:25수정 2015-10-23 13:43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의 5자 회동은 예상대로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특히 국정 최대 현안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두고는 해법 도출은커녕 서로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청와대 회동이 대치 정국 해소의 분수령이 아니라 더 심각한 정국경색의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국민통합을 위해”라고 강변했다. 평지풍파를 일으켜 온 나라를 심각한 반목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 당사자로서 너무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 안타깝다”는 말 역시 국정화 핵폭탄을 터뜨린 사람으로서는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말이다. 박 대통령의 인식구조 자체가 이 모양이니 청와대 회동에 생산적인 결론을 기대한 것은 애초부터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었다.

청와대 회동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등과의 만남을 ‘소통과 협의’가 아니라 ‘자화자찬’과 ‘일장훈시’의 기회로 여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각종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말했으나, 이런 말 자체가 오만과 불통의 극치다. 교과서 문제로 민생을 내팽개친 사람이 박 대통령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국경색이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일방적인 요구 사항만 늘어놓은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정운영의 물꼬를 트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금 이 정권은 역사교과서 말고도 곳곳에서 비틀거리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만 해도 순항이 아니라 미-중-일 삼각파도에 휩싸여 항로를 잃고 헤매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방미의 ‘성과’를 자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의 착각과 자만 증세가 매우 우려스럽다.

청와대 회동이 열린 이날,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6명은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한다면 집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연구·자문·심의 등 일체의 관련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발표했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들에 이어 한국 대학의 상징이라 할 서울대까지 집필거부 선언을 하고 나선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비극을 향해 질주하는 박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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