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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화 면접’ 폭력, 아모레퍼시픽만의 일일까

등록 2015-11-03 18:37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정규직 전환형 인턴사원 채용 면접에서 응시자에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고 한다. 질문 내용이나 면접관의 질문 태도 등을 보면, 응시자의 정치적 견해를 묻는 것을 넘어 강자의 요구나 지시에 순응할 것인지 따져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응시자는 탈락했다. 응시자는 큰 상처를 받았고,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젊은이들도 면접에서 양심대로 말해서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겠다고 근심하게 만들었다.

면접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강한 의지를 표한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응시자가 부정적인 견해를 완곡하게 내비치자, “그래서 국정교과서 찬성이에요 반대예요”라고 재차 다그쳤다고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 ‘종북’이라는 딱지까지 붙이는 판이다. 그런 상황에서 직무 능력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안에 대해 답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답을 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과문을 내고, 면접관 교육 등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과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질문이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스킬,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명은 솔직한 사과와 거리가 멀다. 이 회사도 채용 면접에서 정치성향 등 차별을 낳을 소지가 있는 사항은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락에 영향을 끼쳤는지와 무관하게, 그런 질문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음을 분명히 했어야 마땅하다.

회사 쪽의 사과에도 젊은이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사태를 ‘국정 화장품’ 사태로 부른다. 제품 불매운동 움직임도 있다. 인권에 대한 국민의 감수성이 이제 독재시대와는 다르다. 다른 기업의 면접에선 물론이고 대학 입시 면접 등에서도 이런 폭력적인 질문이 다시 나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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