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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화 반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섬뜩한 언어폭력

등록 2015-11-08 18:36

일부 보수단체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가하는 공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반대 의견을 밝힌 학생의 실명과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소속 학교 이름을 공개하는가 하면, 학생들을 향해 “홍위병”이니 “타락한 영혼”이니 하는 따위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 내용에 문제가 있는 교사들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자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어버이연합의 한 회원이 야당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경찰서장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날 때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폭력 양상이 더욱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역사의 시곗바늘이 얼마나 더 거꾸로 돌아갈지 걱정스럽다.

김포의 한 고등학교는 지난주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이 학교 한 여학생이 1인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면서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혁명)’이란 표현을 쓴 것이 한 매체에 보도된 뒤, 학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전화가 쏟아지고 학생의 신변마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생이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런 인터뷰를 공개적으로 했을 리 없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을 것이다. 이 학생은 “적절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해 그 뜻이 왜곡된 것 같다”며 사과문도 냈다.

하지만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란 단체는 지난 5일 보도자료에서 이 학생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러자 극우성향의 누리꾼들이 모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선 이 학생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지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담은 글도 올라온다. 이 단체는 몇몇 고등학교를 거론하면서 이들 학교가 “전교조의 소굴”이며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고도 몰아붙였다. 이들이 무엇을 노리는지는 짐작할 만하다. 어린 학생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아 이념논쟁과 공안몰이를 부추겨보자는 속셈이 섬뜩할 뿐이다.

경찰청은 지난 6일 국정화와 관련해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폭행·협박·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의견 개진을 넘어선 불법 행위는 안 된다는 경찰의 설명은 원칙적으로 맞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방침을 밝히면서 든 불법 사례는 한쪽에만 치우쳐 있었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이들의 언어폭력에는 눈감고, 교과서 집필진 등 공인에 대한 비판에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찰은 먼저 어린 학생들부터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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