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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계사 강제진입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뿐이다

등록 2015-12-09 20:44수정 2015-12-10 00:07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하기 위해 9일 서울 조계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막는 스님·신도들을 경찰이 강제로 끌어내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긴급 요구로 체포작전이 하루 연기됐지만, 이날 벌어진 일만으로도 종교에 대한 모독이자 폭거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의 일방적인 조계사 진입이 있어선 안 된다.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 아래 성역으로 존중받아온 종교시설에 공권력이 함부로 들어선 것 자체가 도발행위다. 조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에 피신한 노조 관계자를 체포하러 경찰이 진입한 것은 200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도 경찰은 종교 유린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13년 만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역사의 퇴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은 그저 한 명의 범법자를 감싸고 있는 게 아니다.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극단의 충돌로 이어질 위기에 처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기 위해 중재역을 맡았고, 이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에 요구되는 고귀한 소임이기도 하다. 그 결과 12월5일 범국민대회가 평화적으로 열릴 수 있었고 집회·시위문화 개선의 계기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조계종은 정부와 민주노총이 대립하고 있는 노동5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대화모임을 추진 중이었다. 또한 한 위원장에게도 거취 문제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등 공정한 중재자의 노릇을 충실히 하려고 했다.

정부가 조계종의 이런 노력을 시종 외면한 것도 모자라 일방적으로 경찰까지 투입하려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조계종 성명처럼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승 총무원장이 10일 낮 12시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일단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게 맞다. 지혜로운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부도 팔짱 끼고 앉아 한 위원장과 조계종을 압박하기만 할 게 아니라 노조와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밀어붙이기만으로는 사회 갈등을 풀기는커녕 새로운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노동계와 진심 어린 대화도 시도하지 않으면서 범법만을 외치는 게 진정으로 ‘노동개혁’을 하자는 자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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