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11월16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 머물던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강제 체포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노·정 갈등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날 경찰이 대한불교조계종의 심장부인 조계사에 무리하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스님·신도들과 충돌을 빚은 것이 그 전조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종교기관에까지 밀고 들어가 한 위원장을 체포하려고 한 경찰의 태도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개혁’ 밀어붙이기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일반교통방해 등 5개 범죄 혐의를 씌우는 것도 모자라, 형법상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만 봐도 짐작할 만하다.
정부·여당은 한 위원장 체포를 계기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노동계의 힘을 빼고, 제 입맛대로 노동5법을 처리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러나 9월15일 ‘노동시장 구조 개편에 관한 노사정 합의’에서 입법화 과제로 남겨뒀음에도 아직까지 여야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은 많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기간제법과 파견업종 확대 내용을 담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이 대표적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처지에서 무한정 논의과정이 길어지는 데 따른 정부·여당의 부담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노동개혁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당시 합의문은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을 법안 의결시 반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조건 ‘연내 처리’ 방침에만 매달리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노사정 합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의 외골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노·정의 극한 대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민주노총은 16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노사정 대화에 참여한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노사정 합의 파기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마치 속도전 치르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합리적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좁힐뿐더러,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정부·여당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군사작전처럼 하는 개혁이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더 큰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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