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의 하나로 8일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점이 맞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조처다.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국제공조 강화에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정부는 “4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정면 위배한 것이고,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8·25 합의 3항은 ‘남쪽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돼 있다. 이번 핵실험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8·25 합의는 남북 사이 국지충돌 억지 등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관련한 것으로, 지구촌 핵질서와 연관된 북한 핵 문제를 여기에 끌어들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는 왜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확성기 방송 재개는 핵 문제 해결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방송 재개를 유력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하지만, 이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남북 사이 사안에 해당할 뿐이다. 확성기 방송이 북한 핵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핵 문제는 일찌감치 해결됐을 것이다. 확성기 방송 재개는 8·25 합의를 무효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확성기 방송 중단은 ‘준전시 상태’ 해제와 맞물려 있었다. 방송 재개는 언제라도 준전시 상태가 가능한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지금 대북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의 돌출된 행동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잘 조율된 공조다. 기준이 되는 건 역시 유엔의 움직임이다. 유엔 안보리는 6일(현지시각)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새 결의안 마련에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 무작정 대북 응징에 나서기보다는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확성기 방송 재개는 이에 어긋난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존 핵 정책의 근본적 변화 검토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우리나라의 핵무기 보유는 현실성이 없을뿐더러 그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국민의 안보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번 핵실험이 북한이 공식 발표한 ‘성공적인 수소탄 실험’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의 전격적 핵실험과 ‘과장 발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 논의만큼이나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잉대응을 하다 보면 이런 과정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로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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