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공단 입주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이번 조처로 북쪽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지만, 우리 기업들이 입는 손실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하지만 12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입주기업과 관련해서는 대책을 거의 준비하지 않은 채 가동 중단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자칫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는데, 정부 대책은 허술하고 무책임하다.
말미를 거의 주지 않은 정부의 통보로 입주기업들은 완성품과 원자재를 거의 갖고 나오지 못했다. 정부와 민간의 투자액은 1조원 남짓인데, 북쪽은 모든 자산을 즉시 동결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회수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보인다. 제때 납품을 하지 못해 거래처가 끊기는 등 무형의 손실이 더 큰 기업도 있을 것이다. 남북경협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투자액의 90% 범위에서 70억원까지만 보장하는 까닭에 손실 보전에 한계가 있고, 40%의 입주기업은 보험에도 가입해 있지 않다. 납품업체나 협력업체들이 입는 손실도 적잖을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남북경협보험 가입 기업에 보험금 2850억원을 즉시 지급하고, 입주기업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며 세금과 공과금의 납부를 미뤄준다는 내용이다. 재가동 전망이 매우 낮은데, 대책은 3년 전 북쪽이 노동자들을 철수해 공단 가동이 한동안 중단된 때와 별 차이가 없다. 정부는 10일 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에 대체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개성공단은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아 채산성을 맞출 수 있었다. 대체부지에 공장을 지으면 북한 노동자들을 다시 데려오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여러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남북 긴장 완화에 기여해온 공단 입주 기업들은 억울할 뿐이다. 2013년 8·14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에서 남과 북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 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이 합의를 신뢰했을 터인데, 정부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으로 공단 가동을 중단했다. 그래 놓고 아무 잘못이 없는 입주기업들한테 ‘딱하다’고만 할 것인지 정부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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